Unwind Yoga KLUB
<틈>
월간 요가 클럽 vol.1 / OCT.1 2022 |
|
|
제주에서 일년 반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 연희동으로 돌아와, 언와인드 요가 클럽을 오픈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습니다. 오픈할 때는 확실한 여름이었는데 어느 덧 9월의 끝자락입니다. 여름과 가을의 틈, 여름도 가을도 아닌 것 같은 애매한 계절 속에서도 변덕스러운 우리 마음과 달리, 시간은 차분하고 공평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가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은 불분명한 것들에 머무르지 못하고 정확하고 분명한 것을 기다리며 저 멀리 미래에 마음을 두고 '틈의 기간'을 보냅니다. 불확실함, 답답함, 심심함, 기다림, 이런 모호한 순간들을 싫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롭고 충만해질까 생각해봅니다. 10월에는 지루한 틈을 견디지 못하고 완벽한 순간에 중독된 마음 작용을 살펴보고 정돈하면 어떨까요? 진정 소중한 것들은 과정이나 틈, 재미 없는 것들에 있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나는 인생의 어떤 '틈'을 지나고 있나요? |
|
|
10월의 주제는 세상의 다양한 '틈' 입니다. 요가 클럽의 첫 번째 인터뷰이와 '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겼습니다. 그가 인생 곳곳의 빈 '틈'을 불안해하지 않고 사랑하는 방식을 통해 저 또한 마음이 안정되고, 따뜻해졌습니다.
10월, 매트 위에서의 수련은 그처럼 완벽을 쫓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완벽한 아사나와 아사나 사이의 틈에서, 불완전한 수련을 온전히 즐기고 받아들이며, 성공과 완벽에 중독된 몸과 마음의 습관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언와인드 요가를 오픈한 지 벌써 다섯 해가 꽉 채워져갑니다. 연희동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다시 연희동으로... 그 사이 불투명하고 답답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을 지켜가면서 만나게 된 내면의 많은 틈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고, 삶의 모호함을 받아들이게 하고, 시련을 견디게 하며 굽이 굽이 흘러 만들어진 지금의 강단있는 요가 클럽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마주하게 될 많은 '틈'들을 사랑하며 함께 몸과 마음을 수련할 수 있는 언와인드 요가로 만들어가겠습니다. - 월간 요가 클럽 발행인 김세아 -
사진 출처 '<wake up to yoga> by Lyn Marshall', 1975. |
|
|
이 달의 '요클 멤버' _ 김효진(변온인간)
매일 함께 매트 위에서 같은 동작을 하지만, 매트 밖에서의 삶은 모두가 다릅니다. 요가와 함께 그들이 그려가는 세상이 궁금해졌습니다. 매 달 새로운 언와인드 요가 클럽의 멤버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
|
|
세상의 모든 '틈'을 사랑하는 사람
완벽한 것을 쫓고, 빈 틈은 감추는 세상에서 모든 것들의 '틈'을 사랑해주는 사람, 그녀가 만드는 틈 많은 그물처럼 밖에서 안이 보이고, 안에서 밖이 보이는 사람, 언와인드 요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모든 틈을 목격한 사람, 그리고 지금도 묵묵히 요가원 문을 열고 들어와 고요하게 매트를 펼치는 사람. |
|
|
S : 지금 효진님이 기다리는 '틈'이 있나요?
H : 저는 인생의 빈 틈을 좋아해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요.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는 비생산적인 시간이지만, 저는 그 틈을 사랑해요.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느리게 움직이면서 집에서 꼼지락 거릴 수 있는 시간이요. 퇴사를 하고 틈 많은 방학과 틈 없는 일을 적당히 오가며 지낸 지 2년 째인데, 그럭저럭 살아지는 것이 신기해요. 지금은 겨울 방학이 오는 것을 기대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해나가고 있어요. 보통 여름과 가을에는 프리랜서 일이 들어와서 제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고, 겨울과 봄은 느슨하게 방학처럼 보내는 시간이에요. 지금은 차차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 기간이고요. 겨울 방학이 되면 집에서 하루 종일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좋아요. 그렇다고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여름과 가을이 견디지 못할 시간은 아니에요. 제가 육체적으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간이고,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성도 키울 수 있는 기간이라 즐기고 있어요. 너무 집에만 있다가 나가면 사람들이랑 대화하기도 어려워지고, 사회성이 퇴화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돈 버는 동안은 사회 안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 그 또한 좋습니다. 어차피 방학 시즌을 통해 혼자인 시간은 충분히 충전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엔 방학이 되면 덧문과 현관 사이에 곰팡이가 필 정도로 집 밖에 몇 일 동안 안나갈 때도 있었는데, 이제 요가원에 주 3회 수련을 가야 하니 그건 안되겠네요.(웃음) |
|
|
S : 이번 겨울 방학은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H : 아마 이번에도 뭔가를 만들지 않을까요? 창작 활동이나 예술 활동, 미뤄두었던 개인 작업들을 다시 시작하는 기간이에요. 가끔 부모님 댁에도 내려갈 것 같아요. 부모님 댁에 가면 작은 마당이 있어서 해마다 뭘 심긴 하는데, 성과가 좋진 않아요. 그냥 흙을 만지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또 마당에 고양이 세 마리가 사는데 그 아이들을 보러 가는 행복도 큽니다. 그렇게 듬성 듬성 틈을 즐기며 지낼 것 같아요.
|
|
|
S :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집 안에 고양이 모티프 장식품이 많아요. 정작 고양이는 없는데요.
H : 도시에서 종종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를 대신 돌봐주러 가요. 친구가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울 때면 제가 밥을 주고 놀아주기도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 집 마당에 온 길고양이를 보는데, 저 아이는 친구 집 고양이와 달리, 배가 많이 고프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같은 고양이인데, 한 쪽은 따뜻한 곳에서 배불리 사랑 받으며 지내고, 한 쪽은 늘 배고픔에 허덕이며 홀로 길을 헤매고... 그게 애달퍼보여서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밥 주다 보니 정이든 것 같아요. 밥을 주는 동안 자주 만나고 고양이들의 행동을 오래 관찰하다 보니, 우아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빈 틈이 많은 거에요. 반전 고양미! 그러고 보니, 저는 고양이를 가끔 그 허당 같은 틈 때문에 좋아하네요. 인간도 그렇잖아요. 너무 완벽해보이는 사람보다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매력적이고 가까이 하고 싶어지는거요. 약간의 결점이나, 빈 '틈'은 오히려 관계에도 마음을 열게 하고 깊어지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
|
|
S : 요가를 할 때도 그렇잖아요. 완성과 완성 사이의 틈에서 '난 왜 이렇게 안되지.'하면서 마음이 좌절할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는데, 수련하면서 생기는 그 틈은 어떻게 흘려보내시나요?
H : 과거에 죽어도 안되던 자세가 어느 날 문득 가뿐하게 완성됐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어요. 예를 들어, 예전 언와인드 시즌1 때, 어느 날 갑자기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가 갑자기 완성되던 순간 등, 그런 순간을 몇 차례 겪다 보니 지금 내 실력과 몸 상태로 안 되는 걸 억지로 하지 말고, 호흡을 하면서 동작 안에서 때를 기다리면 언제든 문득 완성의 순간은 찾아온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쌓이는 확신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기다리고 머무르는 태도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억지로 밀어붙일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계를 넘어야 할 때는 넘되, 완성으로 가기 전까지의 틈에 임하는 태도가 침착하고 여유로워졌어요. |
|
|
S : 그러고 보니 집에도 '틈'이 많네요. 보통은 어떻게 하면 집을 아름답게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채울까 생각하는데, 이 집은 여기 저기 어색한 틈을 그대로 두었네요.
H : 저는 실을 가지고 매듭 짓는 행위를 좋아하는데, 매듭과 매듭을 연결해서 그물을 만들어요. 그렇게 만든 그물을 판매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미완성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가 있어요. 무엇이 담겨도 거기에 맞춰 모양이 변할 수 있고, 크게 늘어나기도 하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 지 훤히 들여다 보여서 확인하기도 쉽고요. 집도 완벽하게 감추고 꾸미기 보다는 다 드러나게 하고, 빈 틈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어요. |
|
|
S : 오늘 대화를 돌이켜 보니, 메우고 싶은 어색한 틈을 있는 내버려둘 수 있는 그 마음이 참 값진 능력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던 인간미하고도 연결이 되는 것 같고요. 저도 요가원을 운영해나가면서 마주하게 된 새로운 내면의 틈들은 마주하기 싫을 정도로 부끄럽고 싫었지만, 결국 마주함을 통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름과 가을의 틈에서, 월간 요가 클럽의 첫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
|
|
"새 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헛 것도 처음에는 새 것이었지. 인생엔 당연히 빈 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 사람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Photograph: Courtesy of Magnolia PicturesMichelle Williams and Seth Rogen in Take This Waltz |
|
|
사랑하는 남편과의 설레임이 익숙함으로 변해 권태로울 즈음, 다시 설레일 수 있는 쾌락의 상대가 찾아온다. 결국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는 새로운 사람의 생활에서도 결국 처음 남편과 겪었던 권태로운 일상이 반복된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전 남편으로 등장하는 세스 로건은 누구보다 다정하고 결점 많고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나오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그의 모습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마음 한 켠이 한 없이 쓸쓸해지는 것이다.
누구나 새 것이 주는 잠깐의 설레임과 쾌락 때문에, 오래된 것을 버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그런 기억들이 중첩되면서 영화의 마지막이 더 공허하고 슬프게 다가온다. 가끔 내가 새 옷을 사거나 새 물건을 사들일 때, 남편은 말한다. "그러지 말고 소중하게 여길 것을 신중히 생각하고 하나만 사. 그렇게 여러 개 사들이면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그러다 보면 금방 질려서 버리게 될거야." , "물건이 너무 많으면 있었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돼. 나는 지금 있는 것 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집중할래." 그는 뭘 사준다고 해도 정신 없다고, 지금 충분하다고 사지 말라고 한다. 그런 태도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마음, 물건에 대한 마음, 공간에 대한 마음, 습관과 태도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고 느낀다. 영화는 인생에서 빈 틈이 찾아 올 때, 쉽게 변하지 않는 정신, 쉽게 쾌락에 물들지 않는 정신, 그런 것들의 소중함과 필요성에 대해 숨을 고르고 다시 한 번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
|
|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 패터슨, 영화는 패터슨의 하루를 덤덤하게 따라간다. 처음엔 보통 영화와 달리 자극적이지도 않고 지루해서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 틈 속에서 자신의 마음 습관을 자각해 볼 수 있다. 마음은 말한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지?" 그러다가 문득 패터슨이 그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묵묵히 다뤄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묵직한 울림을 받게 되고, 그 평범하고 재미없는 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함께 집중해서 살펴보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의 패턴 안에서도 작은 변주의 순간이 있다. 패터슨은 그 변주의 순간에서 기쁨과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삶이 지겨워지고 나를 짓누르는 것처럼 원망스럽게 보일 때, 이 영화 <패터슨>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
|
|
<Unwind yoga klub '10월의 주요 소식'> |
|
|
10월 요가원 휴무 :
10/3(월) 개천절, 10/10(월) 한글날_대체휴무,
10/10(월)에는 정규 수업 대신, 라마 선생님의 일일 집중 수련 120분이 열립니다. 깊은 수련이 목말랐던 분들은 수건 한 장씩 들고 수련하러 오세요. 🤗 |
드디어 언와인드 요가 클럽 굿즈를 만들었어요.(야호!) 요가 클럽에 자주 오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어 40개 한정으로 요가원에서 오프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수업 끝나고 말씀해주세요. 가격은 만 오천원 입니다. 실물이 더더더 예쁘다고요 😆 |
|
|
|